음력 1월 15일은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 중의 하나인 정월대보름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정월대보름 저녁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라고 하시면서 땅콩이나 밤, 호두 같은 견과류를 이빨로 깨물어 먹게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월대보름은 설,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5대 명절에 들어가는 중요한 절기입니다. 정월대보름 유래와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정월대보름 유래
1. 정월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하는 이유
음력 1월 15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명절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원소절(元宵節 또는 상원절)’, 일본에서는 ‘소정월’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정월대보름 또는 ‘오기일(烏忌日)’이라고 부릅니다.
烏(까마귀 오), 忌(제삿날 기), 日(날 일)
‘오기일’을 풀어보면 ‘까마귀에게 제사 지내는 날’이 됩니다.
왜 우리 선조들은 정월 대보름에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을까요?
『삼국유사』권1, 기이(紀異) 사금갑조(射琴匣條)를 보면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2. 『삼국유사』 사금갑 설화에 기록된 오기일(烏忌日)
서기 488년, 신라 21대 소지왕(炤智王)은 ‘천천사(天泉寺)’라는 절에 행차 중이었는데, 그 절에 있는 '천천정(天泉亭)'이라는 정자에 이르니, 까마귀와 쥐가 시끄럽게 울었습니다. 그러더니 쥐가 사람의 말로 말하였습니다.
쥐: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옵소서.”
까마귀는 날아갔고, 왕은 신하에게 까마귀를 쫓아가 보라고 명했습니다. 신하가 까마귀를 쫓아가는 중에 두 마리의 돼지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하는 돼지 싸움을 구경하다가 까마귀를 놓치고 방황하고 있었고, 그때 난데없이 한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서 신하에게 봉투 1개를 주었습니다. 그 봉투 겉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뜯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뜯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
(開見二人死 不見一人死, 개견이인사 불견일인사)
신하는 그 봉투를 가지고 왕에게 뛰어와서 바쳤고, 왕은,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면서 봉투를 뜯어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때 옆에 함께 있던 또 다른 신하가 말하기를,
“두 사람이란 일반 백성을 말한 것이며, 한 사람이라는 것은 곧 임금님을 뜻하는 것이오니 펴보시옵소서”라고 아뢰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봉투를 뜯어보았고, 봉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거문고를 넣어둔 갑을 쏘라(射琴匣, 사금갑)”
왕은 궁궐로 돌아와, 거문고를 넣어 둔 작은 상자를 보관하고 있는 후궁의 처소를 찾았습니다. 왕은 후궁의 처소로 들어가서, 활을 들어 거문고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갑)를 향해 쏘았습니다. 그 상자 안에서 사람의 피가 흘러나왔고, 열어 보니 두 사람이 활에 맞아 죽어 있었습니다. 바로 왕의 후궁과 궁궐 내에서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간통을 해 온 사이였으며, 왕을 해치려 계획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만일 왕이 아무런 채비도 없이 혼자 후궁을 찾아갔었더라면 중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던 것입니다. 노인의 편지에 있는 말대로 왕 한 사람이 죽지 않고, 후궁과 중 두 사람이 죽게 된 것입니다.
그 일이 일어난 날은 음력 1월 15일이었고, 왕은 까마귀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음력 1월 15일을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주는 날(오기일)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후로 음력 1월 15일(정월대보름)에는 까마귀에게 찰밥을 지어서 제사를 지내주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는 오곡찰밥, 약밥 등을 먹게 되었습니다.
정월대보름의 의미
달은 예로부터 ‘물’ 또는 ‘여성’과 연결되며, 농경의 풍요와 생명력 등을 상징합니다. 농업을 삶의 근간으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을 바라보며 함께 모여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의 행사를 하며, 액운과 재앙을 쫓아내고, 풍년을 염원했습니다. 정월대보름은 ‘농사의 시작일’이었습니다.
새해 첫날인 설날에는 가족 간의 모임을 가지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자손들의 복’을 염원하는 의미가 있었다면, 정월대보름에는 마을 이웃들과 함께 모여 ‘풍년과 만사형통, 무사태평’등을 염원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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